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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띄우는 편지] 김종희 원장 부부의 코로나 출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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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02-1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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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출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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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 느티나무 가정의학과 원장



"출산은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다. 산모와 아기가 하는 일이다"


가정출산을 준비하며 김옥진 조산사에게 배운 명심문이다. 출산은 산모와 아기가 주체적으로 하는 일이고, 의료는 그 주인공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산모가 안정되고 아기가 스스로 나올 시간을 기다려주는 의료는 아직 낯설다. 의료인이 주인이 되는 바쁜 병원이 일반적이다. 산모와 아기는 그 정해진 시간과 시스템 속에서 의료처치를 받으며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산모들에게 아기가 자신의 힘으로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은 점점 줄고 있다. 아내와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출산하는 과정이 아기와 함께 건강한 삶을 시작하는 인생의 중요한 첫걸음이라 생각했다. 불안에 허둥대지 않고 편안한 집에서 출산의 고통을 받아들이며 우리 가족의 출산 축제를 열고 싶었다. 그 과정에 적절한 의료적 도움을 구하려 했다. 정기적인 산전검사를 받았고, 오랜 경험과 지혜를 가진 김옥진 조산사와 함께 가정 출산을 준비해왔다.


 

출산 후에는 조산원에서 산모는 휴식을 취하며 최대한 모자동실의 방향으로 아기를 돌보려 공공산후조리원을 신청해두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악화되면서 전 사회적으로 방역의 벽은 높아만 갔다. 급기야 산후조리원에도 코로나 감염사례가 나오고, 산후조리원에 보호자 가족은 물론 남편도 함께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의 소멸뿐 아니라, 출산 후 세상살이의 기초이자 뿌리인 애착형성마저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산후조리원 예약을 취소하고, 출산 후 집에서 산후관리사의 도움을 받기로 계획을 바꿨다.


 

출산 후 모자동실과 모유수유를 가장 중요한 애착형성 육아법으로 계획하였다. 그런데 산전 진료를 받아오던 병원의 막달 상담시간에 코로나 감염위험 때문에 모든 산모는 입원 중 신생아와 별도의 공간에서 분리되어 지낼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 코로나 방역중심의 의료행위는 출산부터 신생아 시기 애착형성을 구조적으로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우리는 모자동실이 가능한 산모와 아기 중심의 병원을 새로 찾기로 하였다.

 

 

출산 예정일 5일 전 자정에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그러나 진통은 전혀 없었다. 우리는 가정 출산을 뒤로하고 모자 중심의 병원에 입원하여 안전한 자연분만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대학병원에서는 코로나 검사결과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입원이 어렵다고 한다. 급히 검사를 받으러 선별진료소를 찾아갔다. 검사 결과는 하루 지나야 나오고, 입원은 검사 결과 음성이 확인되어야 가능한 상황이었다. 우선 입원 전 가까운 지역 2차 병원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다음날 오전 다행히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모자동실이 가능한 순천향대학병원 모자보건센터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양수가 터지고 2일이 지났지만 혈액 검사상 감염의 징후는 없었고, 태동검사와 초음파상 태아의 상태는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진통이 없었다.

 

 

의료진은 감염 수치가 오르지 않았고 태아도 안정적인 상태임을 확인해주면서, 우리에게 물었다. “아직 감염의 증상은 없지만, 차츰 오를 수 있어서 수술도 고려해야 되요. 어떤 분만을 원하세요?” 우리는 태아 감염과 스트레스 악화에 큰 문제가 없다면, 유도분만 촉진제를 쓰면서 질식 분만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날부터 3일간 아내는 유도분만을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거의 12시간을 진행하였다. 매일 태아의 박동이 안전한지, 감염수치가 오르지는 않는지 검사도 진행하였다. 4분 간격으로 진통이 유발되었지만, 저녁에 촉진제를 중단하면 바로 진통이 사라지길 반복했다. 3일 동안 의료진은 우리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감염 위험성 여부를 알려주며 어떻게 할까요?’라며 우리의 의견을 계속 물었다. 결국 3일이 지나면서 염증 수치가 약간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유도분만의 시간도 길어진 터라, 태아 스트레스 위험성을 고려하여 4일째 오전,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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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처치에서 의료돌봄으로 우리를 맞이해준 순천향대학병원 모자보건센터에 감사드린다.


모자보건센터 의료진들의 설명, 검사, 수술, 산후 모자동실의 서비스는 산모와 아기를 중심에 둔 감동의 의료돌봄이었다. 불안하지 않았다. 허둥대지 않았다. 우리를 충분히 기다려주고, 산모의 의견을 경청하며 최대한 의견을 수용해주고자 한 의료진과 출산 과정에서 함께 의사결정을 해가며 발을 맞추었다.

 

 

저희도 산모가 원하는 대로 안전하게 자연 출산하길 바랍니다라며 우리의 노력을 지지해주고 의견을 경청해준 주치의, 태동 검사 결과를 알려주며 뭐 궁금한 거 없어요?”라며 병실을 나가기 전 항상 묻던 분만실 간호사, 나오지 않는 젖을 빨다가 아기가 지쳐 계속 울음을 터뜨려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병실로 달려와 30분 이상 자세한 설명과 실습을 함께 했던 신생아실 간호사, “산모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신생아실에 안전하게 맡기실 수 있고, 원할 때는 언제든 모자동실로 수유를 할 수 있어요라며 안내해주던 병동 간호사 등 입원 중 만난 모든 의료진이 모자의 건강과 애착형성을 가장 중심에 두고 의료 돌봄을 제공하였다. 모자보건센터라는 명칭에 걸맞게 전 병실을 모자동실로 운영하는 원칙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켜지는 보기 드문 의료돌봄이었다. 또한 간호사이자 조산사인 선생님들도 많아서, 더욱더 산모와 아기 중심의 의료돌봄을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자연출산을 하지는 못하였지만, 산모와 아기 중심의 의료돌봄을 받으며 건강한 아기를 우리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동료의사 장창현 정신과 의사가 강조하는 함께하는 의사 결정과 산모와 아기를 중심에 두고 조력하는 의료진의 의료돌봄 철학이 모자보건센터의 조직 문화 전반에 배어있는 거 같았다.


 

코로나시기 의료는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방역만을 우선순위에 둔 진료체계에서는 생명 탄생은 물론, 산모와 아기 중심의 출산과 애착형성도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양수가 터진 산모가 고열로 응급실에서 거부당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배 속 아기가 죽음을 맞이한 안타까운 사례를 전해들었다. 요양원, 요양병원 대규모 시설기관에서는 1년간 가족들을 보지 못하며 외로운 죽음을 맞은 사례들도 보았다. 대형병원 로비는 공항 출국장을 연상하듯 병원에 오는 사람들의 코로나 안전 점검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방역중심의 의료서비스는 언젠가 코로나가 없어질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런 진료체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시설화되고, 대규모 중앙밀집화된 의료체계는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고 한다. 코로나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삶, 자기 분야의 일에 대해 개척자적인 자세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 시기의 임시방편적인 방역지침 속에서 고립과 관계가 단절되어 가는 삶을 따라갈 뿐이다.


 

놀이와 친구를 만나는 학교 수업은 원격수업으로 대체된 지 1년이 넘었다. 원격수업 중심의 학교 교육이 코로나 2년 차에도 계속되어야 할까? 더 늦기 전에 학생과 학부모가 새로운 교육패러다임 구성에 주체로 서야 한다. 학교 교육, 마을 교육, 홈스쿨링 교육이 모두 공적교육으로 인정되고 재원이 지원되는 새로운 교육의 기획과 구성이 필요하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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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5일이 지난 밤, 집에서 아기 출생 축하를 했다. 마침 밖에 눈이 내려 눈사람을 만들어 와 첫 친구로 소개해주며, 편지를 써서 읽어주었다.

 

어서 와 금송아. 나무 같이 심자. 지금은 코로나 시기라고 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고,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안 된대.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한 언니 오빠들도 1년이 지났지만 학교 친구들과 논 기억이 별로 없대. 그래서 아빠는 금송이와 함께 하는 십년지계 교육을 궁리 중이야. 할아버지 야산에 가서 매해 열 그루씩 나무를 심는 거야. 그래서 십 년이 지나면 나무 백 그루가 땅에 뿌리박고 자라는 작은 금송이 숲을 만드는 거지. 어때 신나지? 첫 번째 심는 나무 밑에는 금송이 엄마의 태반을 소중히 묻어 김한그루(아빠 김, 엄마 한, 금송이 그루)의 인생나무로 자라는 걸 바라봐야지. 금송이와 산에 가서 나무를 심고, 벌레를 만지고, 바람소리 새소리도 들으며 함께 놀면서 세상살이의 즐거움을 공부하는 거지.”

 

금송이가 태어난 지 열 하루 째, 아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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