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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띄우는 편지] 느티나무를 떠나며 - 나현진 느티나무의원 내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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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1-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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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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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진 느티나무의원 내과 전문의

느티나무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의 저는 사회에 나와서 느티나무가 첫 직장이었습니다.

아주 어리버리 한데다, 얼굴이 어리게 보여 의사로서는 가장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젊고 어린 여자의사) 모습으로 느티나무에서 일을 시작 했었지요... 진료실에 와서 저를 한번 슬쩍 보시고는 머쓱한 웃음을 보이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이사님들의 조언을 듣고, 파마도 해보고, 아이들 사진도 진료실에 가져다 놓고 목소리 톤으로 고민을 했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많이 부족했던 저를 믿어주시고, 찾아주셔서 저도 그동안 많이 배우고 성장한 줄 압니다.

오래 믿어주신 덕분에 요즘은 조합원 학생으로부터 ‘맛집’(오래 기다려야 된다는 ;;)이라는 말까지 들었네요...참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도 환자를 만나가며, 공부를 해가며 배웁니다. 저는 전공이 내과여서, 수련받을 때는 주로 나이 많으신 중장년층이 저의 환자분이었는데, 느티나무에 오고나서 저의 환자 연령대가 많이 어려졌습니다.

대한민국의 의사 수련 과정이라는 것이 (큰 병원의 값싼 노동력으로 임무를 다하다보니), 대형 병원에서 필요한 일을 주로 배우는데 맞춰져 있어서, 대부분이 결국에 일하게 되는 1차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것들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큰병원에서는 소화기/심장/ 호흡기 등을 중증 질환 위주로 배웠지만, 막상 나와보니 배울게 너무 많더라고요, 그동안 관심이 없던 피부병, 관절병, 노화로 인한 아주 다양한 증상들.... 전부 다 공부해서 따로 익혀야 하는 것들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렇게 배워가면서 진료를 합니다. 느티나무에 있다 보니, 환자분들이 근골격계 통증으로 많이들 힘들어하시고, 그것 때문에 여기저기서 많은 돈을 들여 수술이나 시술도 하지만, 상황은 악화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관심도 없던 통증 치료를 열심히 배우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통증 치료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꽤 많아졌지요...

아주 병아리 같던 제가 이만큼 자란 것은 느티나무의 신뢰입니다.

개인적으로 의사라는 직업은, 아주 공부를 잘하고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 보다는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느티나무는 토양이 비옥한 곳입니다. 그러기에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도 뿌리내리고 성장하도록 했지요. 나면서부터 협동조합 의사가 따로 있을 거 같지 않습니다. 저도 협동조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왔으니까요... 그치만 이곳에 와서, 조합원 분들의 관심과 사랑, 신뢰를 받다보니 어느새 협동조합 의사가 되어있는 것 뿐이지요. 저도 그 사랑 못잊을 것 같습니다.

누가 저의 자리에 오든 느티나무에서는 잘 자랄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렇게 사랑과 신뢰 속에 의사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대한민국에 몇 개나 될까요? 시장과 돈의 논리에 목이 조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이런 일로 느티나무를 떠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친정 엄마가 7년전에 수술과 항암으로 치료했던 유방암이, 뼈에 전이가 되어 발견되었습니다. 딸이 의사라고 하면서도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 속상합니다. 제가 옆에 있다고 큰 도움 안되겠지만, 가까이서 그냥 존재의 위로라도 되고자 일단 친정 근처로 이사합니다. 아무쪼록 느티나무가 저보다 더 좋은 선생님과 인연이 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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